[오래 전 '이날']'더불어' '평범'하게 살래요…80년대 어린이들
- - 짧은주소 : http://gotoworld.kr./bbs/?t=ry
본문
196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1년 5월29일 ‘더불어’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당당한 아이들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타며 놀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1년 오늘 경향신문은 가정의달을 맞아 어린이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김영식 서울대 교육학 교수와 협업해 서울, 부산, 대구 등 10개 도시에서 스스로 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4~6학년 남녀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은 가정관, 자아관, 사회관, 가치관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누어 진행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가정생활, 사회성, 학교생활, 성취의욕, 자아의식 등을 묻는 질문들이 골고루 들어갔다고 합니다.
우선 당시 많은 아이들은 ‘가치관’과 관련된 질문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65.4%)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에 “높은 자리에 올라서 돈을 많이 벌겠다”(12.6%)는 생각보다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보람을 찾겠다”(60.4%)고 응답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직업도 남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업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의사 과학자 기술자 등’을 장래희망으로 꼽은 아이들이 28.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선생님(26.2%), 운동선수 군인 등(21.4%)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에서의 사회적 대인관계를 다룬 ‘교우관’과 관련해선 자기 학급의 급우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응답한 아이들이 전체의 6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얼마나 되는가 하는 질문엔 ‘3~4명’이란 응답이 29.1%로 가장 높았고, 2명(27%), 1명(17.1%), 5명 이상(12.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13.1%의 아이들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아무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성 친구와 관련해선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응답한 아이들이 11.4%였다고 합니다.
가족 관계를 묻는 ‘가정관’ 관련 질문에선 대체로 부모와의 관계를 만족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85.8%는 “부모님은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신다”고 응답했으며, 부모님과 대화하며 즐길 시간도 충분하다고 한 아이들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한 아이들은 34.3%로, 친구와 함께 놀 때 즐겁다고 한 아이들(36.6%)의 비율과 거의 비슷한 비중을 보여 당시 기사는 가족 관계가 시대가 지날 수록 원만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아버지에 대해선 “술만 안 드시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라는 반응도 28.2%로 높게 나타나 아직도 아버지의 가정 내 역할이 긍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았음을 방증하기도 했습니다.
‘사회관’ 관련 질문에선 아이들이 의외로 현실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의 68%는 모든 사람을 믿기보다는 “사람에 따라 믿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신차리고 살지 않으면 이용당하고 속기 쉬운 세상”(70.1%)이라고 응답한 아이들도 많았는데요. 다만 “사람이 사람을 못 믿으면 안된다”며 신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응답도 24.7%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자아관’ 관련 질문에선 당당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당시 아이들의 61.9%는 “(운동신경이나 두뇌능력에 있어서) 남에게 뒤떨어지지 않을만큼 우수하다”고 자평했다고 합니다. 또한 “나는 나를 만족하게 생각한다”라는 응답도 71.8%에 달했습니다. 남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성격을 평가한 부분에 대해선 성별 관념이 강하게 드러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요. 남자아이들의 96.8%는 “씩씩하고 남자답다”고 스스로를 평가했으며, 여자아이들의 83.7%는 “상냥하고 여자답다”고 스스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당시 함께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김영식 교수는 설문 결과에 대해 “아이들은 자신감에 차있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자아관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구김살 없는 긍정적인 자아관과 바른 사회관, 국가관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보살피고 지도의 손길을 게을리 말아야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사가 40년 전이니 당시 설문조사 대상이었던 초교 4~6학년 학생들은 지금은 50대 초반의 중년이 되었을 것입니다. 1981년에 “나는 우수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세상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서 “남을 돕겠다”고 했던 당시의 아이들이 지금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향이네’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소식을 접하세요!(▶바로가기)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