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19세기 빈으로 물들다
라마로이
2018.05.2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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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전문가' 부흐빈더 공연
25일부터 사흘간 관객 2100명 찾아
"도도솔솔라라솔~ 파파미미레레도(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지난 주말,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사흘간 한려수도의 비경을 베토벤으로 적신 루돌프 부흐빈더(72)다. 체코 태생으로 다섯 살에 빈 국립 음대에 최연소 입학한 부흐빈더는 열 살 때 무지크페라인에 데뷔한 천재 피아니스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음반만 세 번 녹음하고,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全曲·32곡)을 연주한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사흘간 한려수도의 비경을 베토벤으로 적신 루돌프 부흐빈더(72)다. 체코 태생으로 다섯 살에 빈 국립 음대에 최연소 입학한 부흐빈더는 열 살 때 무지크페라인에 데뷔한 천재 피아니스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음반만 세 번 녹음하고,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최초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全曲·32곡)을 연주한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오후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루돌프 부흐빈더가 TIMF 앙상블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25일 저녁, 피아노 앞에 앉은 부흐빈더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첫 곡은 '반짝반짝 작은 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모차르트가 프랑스 민요를 줄기 삼아 만든 12개의 변주곡이었다. 극과 극은 통하는 걸까. 구부정한 자세로 갓난아기 엉덩이 어루만지듯 건반을 두드리는 노장(老將)의 손놀림에 초등학생 관객들이 눈을 빛냈다. 어른들도 속삭였다. "저거는 나도 어릴 때 치봤던 긴데." 청중을 저마다의 유년기로 돌아가게 한 부흐빈더는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6번, 8번 '비창'을 잇달아 선보이며 21세기 통영의 청중을 19세기 빈으로 실어날랐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과장도 소홀함도 없이 건반을 뛰노는데, 평생을 피아노에 바친 공력에 연륜이 더해져 꽃을 피웠다"고 했다.
부흐빈더는 지난해 9월에도 통영에서 베토벤을 연주했지만 공연장은 또다시 만석을 이뤘다. 이번 공연에선 이틀에 걸쳐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연주 단체인 TIMF(팀프) 앙상블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소화할 예정이라 음악 팬들의 기대가 컸다.
26일 오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시작한 연주는 아름다웠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을 비롯한 작곡가들 악보를 초판본은 물론, 전기와 자서전, 셀 수 없이 많은 개정판까지 연구를 거듭하는 학구파 연주자다. 왼손으론 저음부를 굳게 받치고 오른손으론 박자와 셈여림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며, 불행했지만 일생 낭만을 잃지 않았던 작곡가의 내면을 담담히 풀어냈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2번·4번·3번과 1번·5번 '황제'로 나눠 짠 데 대해선 "곡의 길이를 안배해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직접 지휘한 앙상블의 화음이 피아노를 따라가지 못해 조금씩 어긋난 점은 아쉬웠다.
27일까지 사흘간 공연을 찾은 관객은 총 2100명. 호른 수석 이석준씨는 "리허설 때 그의 피아노 소리에 순간 매료돼 호른 부는 걸 잊었다. 이토록 서정적인 베토벤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연주를 마친 부흐빈더가 말했다. "대개 내 나이쯤 되면 말하지 않고, 놀라지 않고, 울지도 않는데 부끄럽게도 난 쉽게 눈물을 떨궈요. 베토벤을 대할 때 더 그래요. 일생 그가 남긴 악보를 파헤쳤는데 아직도 물음표투성이. 넘어도 넘어도 되살아나는 신비로운 장벽 같아요."
부흐빈더는 지난해 9월에도 통영에서 베토벤을 연주했지만 공연장은 또다시 만석을 이뤘다. 이번 공연에선 이틀에 걸쳐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연주 단체인 TIMF(팀프) 앙상블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소화할 예정이라 음악 팬들의 기대가 컸다.
26일 오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시작한 연주는 아름다웠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을 비롯한 작곡가들 악보를 초판본은 물론, 전기와 자서전, 셀 수 없이 많은 개정판까지 연구를 거듭하는 학구파 연주자다. 왼손으론 저음부를 굳게 받치고 오른손으론 박자와 셈여림을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며, 불행했지만 일생 낭만을 잃지 않았던 작곡가의 내면을 담담히 풀어냈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2번·4번·3번과 1번·5번 '황제'로 나눠 짠 데 대해선 "곡의 길이를 안배해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직접 지휘한 앙상블의 화음이 피아노를 따라가지 못해 조금씩 어긋난 점은 아쉬웠다.
27일까지 사흘간 공연을 찾은 관객은 총 2100명. 호른 수석 이석준씨는 "리허설 때 그의 피아노 소리에 순간 매료돼 호른 부는 걸 잊었다. 이토록 서정적인 베토벤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연주를 마친 부흐빈더가 말했다. "대개 내 나이쯤 되면 말하지 않고, 놀라지 않고, 울지도 않는데 부끄럽게도 난 쉽게 눈물을 떨궈요. 베토벤을 대할 때 더 그래요. 일생 그가 남긴 악보를 파헤쳤는데 아직도 물음표투성이. 넘어도 넘어도 되살아나는 신비로운 장벽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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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7/20180527027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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